안녕하세요. 비주류VC(Non-mainstream VC / NMSVC)입니다. 저는 15년 차 투자 전문가이고 현재는 Venture Capitalist로써 스타트업 투자를 11년째 하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씬을 뜨겁게 달구는 주류 VC가 아닌, 평범하지만, 꾸준히 창업자분들을 만나 뵙고 소통하며 여기저기 투자하는 "비주류VC"를 지향합니다. 이 뉴스레터를 통해 약간은 이상하고 솔직한 VC와 스타트업 세계를 소개해 드립니다.
제 계획으로는 매주 월요일에는 "VC생활 10년만에 로맨틱한 사람이 냉소적인 사람이 된 이야기" 시리즈를 발송하고, 목요일에는 제가 개인적으로 관심 있는 VC나 스타트업 산업의 인터뷰나 좋은 글들을 발송하려고 해요. 매번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연재하겠습니다!
오늘은 여섯 번째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건강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다들 잘 아실거에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제가 최근에 부친상을 당했어요. 아버지가 평소에 폐가 좋지 않으셨었는데 입원 하시고 일주일만에 황망히 돌아가셨어요. 건강을 잃으면 다 잃는 것과 같다고 하는데 눈 앞에서 지켜보니 그게 무슨 이야기인지 잘 알 것 같았어요.
스타트업 대표님들의 건강상태는 투자자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사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대표님들의 건강상태를 일일히 확인하는 건 불가능해요. 투자 당시에는 건강했는데 투자 후 건강이 안 좋아질 수도 있는 것이잖아요? 이미 수십년 운영되어 온 회사나 대기업들은 시스템화가 되어 있어서 핵심 계열사의 대표들이 아프거나 돌아가신다고 해도 충분히 시스템상의 커버가 될 거에요. 하지만 대표에게 많은 부분을 의존하는 스타트업의 경우 대표님의 건강이 악화되거나 심각해지면 회사 자체가 휘청이게 되는데, 그럴 경우 투자자들은 비상이 걸리게 되요. 이 부분은 정말 정량적으로나 정성적으로나 대응이 불가능 한 영역이다 보니 출자자들도 잠깐은 양해를 해주지만 이게 길어지먼 VC들의 고심은 커질 수 밖에 없어요.
오늘은 이 대표이사의 건강에 대해서 써보려고 해요.
제가 2016년 쯤에 투자한 회사가 하나 있어요.
회사는 대기업으로부터 용역을 받아서 일을 대시 해주는 용역회사였고 투자할 당시부터 매출 규모는 어느 정도 나오는 상황이었어요.
이 회사는 전통산업 중 하나인 SI(System Intergration)을 주로 하는 회사였고 대기업 계열이거나 관계사가 아닌 상황이어서 매년 수주를 따내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는 회사였어요. 저에게 찾아왔을 때는 이런 사이클로는 성장이 어렵다고 판단해서 새롭게 제조업으로 피벗을 시도하려는 참이었어요. 솔직히 리스크가 꽤 있는 투자였지만 대표이사의 경력과 회사의 업력, 그리고 인력들의 전문성 등에 착안해서 투자를 결정했던 기억이 나요.
솔직히 피벗이라는게 쉽게 되지는 않거든요. IT업을 하다가 갑자기 제조업으로 돌아선다는 건 어찌보면 도박에 가까운 일이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의 장점들이 단점들을 상쇄시킨다고 판단되어서 당시 강하게 밀어붙여서 투자 했던 기억이 나요.
첫인상
처음 만난 대표이사님은 전형적인 "공돌이" 였어요.
그다지 사람을 상대하거나 무엇을 Fancy하게 설명하는데는 영 재주가 없어 보이셨어요. IR도 정말 딱딱하게 진행되었던 기억이 나는데 솔직히 투자자 입장에서는 기술적 설명이 그렇게 와닿는 경우가 별로 없어요. 기술자 입장에서는 "우리는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고, 요것도 좋아요!" 라고 하고 싶을 거에요. 그런데 투자자는 그 와중에서도 이 회사만의 완벽한 차별점 내지는 경쟁사가 흉내낼 수 없는 회사만의 "기술적 해자"를 한 문장으로 찾아내고 싶어해요.
결론적으로 이 회사의 "기술적 해자"는 "발열을 잡는" 거였어요. PCB기판 위에 적절하게 부품들을 배치하고 원활하게 발열이 되도록 조정하는 기술이 매우 뛰어났던 거에요. 이 회사가 제조하고자 하는 제품이 원래는 매우 큰 것이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작아지는 추세에 있었어요. 이제는 거의 명함지갑만 한 크기까지 줄어들어야 차별성이 생길 정도로 집적도가 높은 제품이 되었는데 그 부분에서의 경쟁력은 "발열"을 잡는 거였죠. 실제로 이 회사의 제품들은 글로벌 기업들에 납품이 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대부분의 경쟁사들보다도 훨씬 발열율이 적고 효율적이었던 거에요. 가격 경쟁력도 물론 조금은 있었지만 압도적으로 싸거나 하진 않았으니 경쟁력이 있다고 볼 수 있는거죠.
투자 후에는 말 그대로 날개를 달았어요. 매출액이 매년 거의 2배씩 성장했어요. 그리고 기술자가 많은 회사라서 필연적으로 고비용 구조를 유지할 수 밖에 없었지만 영업이익이 발생하기까지 했으니 VC들 입장에서는 신이 날 수 밖에 없었어요. 정말 이거다 싶었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