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딩교육 열풍을 기억하세요?
대략 2018년경부터 갑자기 불어닥쳤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어요.
이 코딩열풍은 사실 2016년 "다보스포럼"에서 처음 언급 된 "제4차 산업혁명"이란 단어가 세계적인 화두가 되면서 촉발되었어요.
당시 "제4차 산업혁명"은 클라우드, IoT 등 다양한 정보통신의 발전과 확산이 인간의 삶을 바꿀 것이라는 기대감에 갑자기 대한민국을 뒤흔들게 되었어요.
눈치 빠른 학부모들은 이런 정보통신 산업 발전의 근간이 무엇인지 정말 기똥찬 속도로 알아챘는데 그게 바로 모든 프로그래밍의 근간인 "코딩" 이었던 것이지요. 정말 대한민국 어머님들 존경합니다.
코딩 교육은 우리가 알다시피 대략 1~2년 전까지만 해도 굉장히 크게 유행했었어요. 코로나 시절 갑자기 등장한 메타버스 열풍에 힘입어 거의 모든 IT기업들과 게임기업들이 "코더"를 채용하기 위해 난리가 났던 기억이 나요. 코딩의 코자도 모르던 사람이 학원 1달 다녀서 "네카라쿠배당토"에 입사했다는 소식도 심심찮게 들려왔던 그 광풍을 다들 기억하실 거에요.
이런 광풍이 오기 한참 전인 2018년에 저는 코딩 사교육 시장과 관련된 기업에 투자해 보려고 투자심사를 하고 있었어요. VC들은 이런식으로 어떤 트렌드가 오기 몇 년 전부터 분주하게 투자를 하고 다녀요. 그게 맞아 떨어지기도 하고 그냥 한 때의 유행으로 지나가 버리기도 하지만 말이죠.
이 회사의 대표이사는 서강대학교 공대를 나왔고, KAIST에서 석사를 하고 있었어요. 그리고 선천적으로 다리가 좋지 못한 상황이었어요.
회사는 코딩관련 교육 프로그램과 교구들을 판매하고 있었고 매출도 많지는 않았지만 꾸준히 증가하는 상황이었어요. 게다가 당시에 또 유행하던 VC들의 투자 섹터가 "에듀테크" 분야였는데 정확히 이 섹터에 포함되는 회사이기도 했었죠.
"Full Package" & "재무실사"의 폭풍
대표이사는 첫 IR부터 굉장한 임팩트를 보여주었고 코딩 산업의 갑작스러운 부흥, 대표이사의 전문성과 진솔함, 그리고 장애를 극복하고 회사를 성장시키고 있는 입지전적인 모습 등 VC가 볼때는 문자 그대로 "Full Package"였던 거에요!
저는 빠르게 IR을 진행하고 예비투심까지 통과를 시켰어요.
여기까지 진행되는데 2주밖에 안 걸렸는데 사실 주니어 VC가 진행시킨 속도로는 굉장히 빠른 거에요.
문제는 예비투심을 마친 후에 벌어져요.
VC들은 예비투심을 마친 후에 회사가 제시한 재무적 자료들의 타당성을 검증하기 위해서 회계법인을 선정해 "투자전 재무실사"를 진행해요.
이 투자전 실사가 왜 중요하냐면 회사가 제출한 매출과 이익, 그리고 회계 계정들이 적정하게 기록이 되었는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에요. 대부분의 스타트업들은 회계담당자를 두고 있지 않아서 세무법인에 월 기장료를 납부하면서 기장을 맡기는게 일반적이에요. 세무법인은 기장료를 월 10~15만원 정도 받으면서 재무제표를 만들어주지만 이 과정에서 굉장히 큰 문제점들이 생겨요.
세무법인 입장에서는 회사의 사업 내용을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자기들이 기장하기 편하게 회계 계정들을 분류해 버리는데 이 때문에 재무제표의 신뢰도가 아주 낮아져요. 그래서 투자 전 재무실사를 하고 나면 VC들이 처음 제출 받았던 재무제표에서 많이 달라지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재무제표의 적정한 수정 목적 외에도 회사가 숨기고자 하거나 혹은 실수로 제출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도 회계사가 파악해서 알려주기도 해요. 사실은 이 두번째 이유 때문에 재무실사를 진행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에요. 회계사는 대표이사 및 회계 담당자들, 필요시에는 다른 인력들과도 체계적이고 꼼꼼한 인터뷰를 진행하고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사항들을 투자자들에게 정리해서 보고해 줘요. 따라서 다른 투자사가 미리 실사를 해둬서 그 보고서를 참고할 수 있지 않고서는 절대로 건너뛰지 않는 프로세스 중 하나에요.
제 기억에 담당 회계사를 마구 닥달했던 기억이 나요. 빨리 투자를 진행하고 싶었고 큰 문제가 없었을 거라고 확신했었거든요. 그리고 예비투심 자료까지도 빡빡하게 만들어서 통과까지 시켰으니까 빠르게 재무실사를 마치고 투자를 집행하고 싶었던 기억이 나요.
하루가 급하다고 마구 졸랐고 회계사도 그 압박이 싫었을 것인데 그래도 빠르게 실사를 진행해 주었어요.
그렇게 2주 정도 후에 도착한 실사보고서 Draft에는 처음 보는 말들이 써있었어요.
바로 오늘의 주제인 "가지급금" 관련한 사항이 써있었던 거에요. |